가부키
가부키는 무악(舞樂), 노오(能), 교겡(狂言), 인형 조루리 등과 함께 일본의 대표적 고전 연희이다. 가부키(歌舞伎)는 글자 그대로 노래(歌), 춤(舞), 연기(伎)가 어우러지는 종합예술이다. 어원은 가부쿠(傾く), 즉 기울다(傾)라는 동사가 명사형으로 변화한 것으로, 말하자면 관습에 메이지 않은 별난 모습이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한다는 의미이다.
가부키의 역사
가부키는 에도시대 초기(1603년) 교토에서 오쿠니(阿國)란 여자에게서 시작되어 빠른속도로 전파되자 이에 편승한 유녀들이 유녀가부키, 온나가부키, 즉 여자가부키를 만들어 내어 전국적인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도쿠가와 막부 정치가 안정됨과 동시에, 그 유녀들이 매춘행위나 저속한 내용 등이 풍속을 문란하게 하고 사회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1629년 금지되고, 그 대신 미소년을 여성 상대역으로 시키는 미소년들의 가부키(와카슈가부키)가 생겨났다. 이 또한 미소년이 무사나 승려들의 남색에 이용되었기 때문에 역시 풍속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1652년 전면 금지되었다.
이후 한동안 가부키는 사회에서 모습을 감추었으나 시민들의 가부키 부활운동이 일어나고 탄원이 잇따랐다. 이로 인해 1653년 가부키의 흥행이 허가되었으나 성인남성만 출연을 허락한다는 것과 춤을 추지 않고 노와 교겐을 흉내 내는 연희여야 한다는 조건부였다. 여기서 온나가타(女形)라는 역이 생기게 되고 오로지 성인 남자만이 등장하는 야로(野郞)가부키가 생겨난다. 17세기 말이 되자, 가부키는 에도를 중심으로 한 관동지역과 오사카와 교토를 중심으로 한 관서지역에서 각각 독자적인 양식이 탄생되었다.
이때 연기술이 확립되었고 다양한 연기와 연출의 유형이 만들어졌다. 18세기에는 에도 막부의 도쿠가와 요시무네가 사회개혁을 단행하는데 이 때 가부키는 막부의 탄압과 닌교조루리의 번성에 의해 침체기를 맞이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부키 세계에서는 닌교조루리의 대본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노의 뛰어난 연출방법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노력에 의해 18세기 중반에 이르러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19세기 초에는 사실적인 내용의 작품인 기제와(生世話)가 탄생했다. 메이지 시대 이후 일본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게 되는데 가부키도 마찬가지였다.
이전까지 가부키의 대본은 극장의 전속작가가 그 극장에 소속되어 있는 배우를 위해서 집필했지만 메이지시대 후기가 되면서 연극개량운동의 영향으로 극장 외의 작가에 의해서도 대본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근대화의 움직임에 의해서 창작된 작품을 신가부키라고 하고, 이에 대해서 그 이전 작품을 고전이라고 한다. 1920년대에는 영화와 연극의 제작, 흥행, 배급을 담당하는 일본의 5대 영화회사 중의 하나인 쇼치쿠(松竹)가 급성장함에 따라 모든 가부키 배우를 그 산하에 두게 되었다. 1986년에는 이치가와 엔노스케에 의해서 슈퍼가부키가 제작되었다. 그는 오페라, 경극, 서양연극 등 다양한 연극형태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독자적인 무대를 창출했는데, 이것은 다른 연극계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가부키의 종류
1. 작품 구분 : 마루혼모노(丸本物), 순가부키(純歌舞伎), 쇼사고토(所作事)
1) 마루혼모노
- 닌교조루리로 상연한 작품을 가부키화한 것.
- 특징 : 인형극을 위해서 작가가 풍부한 구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희곡으로 서도 골격이 튼튼, 세밀한 구조, 문학성도 높음
2) 순가부키
- 처음부터 가부키를 위해서 집필한 작품.
- 특징 : 순가부키는 원칙적으로 상연할 때마다 새롭게 창작했기 때문에 자연히 연기나 연출의 세부적인 면에서는 다소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3) 쇼사고토
- 배우의 무용에 중점을 두는 무용극.
- 특징 : 주로 나가우타(長唄)를 반주로하여 춤을 춘다.
2. 주제 구분 : 시대물(時代物), 세화물(世話物).
1) 시대물
헤이안, 가마쿠라, 무로마치시대등 고대와 중세의 귀족이나 무사사회에서 일어 난 사건을 배경으로 그들의 활약상을 그린 것.
2) 세화물
에도시대 서민들의 일상생활에서 일어난 사랑, 질투, 인정, 의리등을 소재로 다 룬 것.
가부키의 배역
가부키의 배역은 그케 남성의 역할을 담당하는 다치야쿠(立役)와 여성의 역한을 담당하는 온나가타(女形)로 나눌 수 있는데 이는 점차 세분화되어 많은 배역을 탄생시켜왔다.
다치야쿠를 세분화 하면 타치야쿠, 가타키야쿠(敵役), 와카슈가타(若衆方), 도케가타(道化方)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다치야쿠는 선인을 나타내며 다시 지쓰고토시(實事師), 아라고토시(荒事師), 와고토시(和事師)로 세분된다. 지쓰고토시는 충의와 의협심이 강한 무사의 역이 많다. 아라고토시는 과장된 연기양식인 아라고토에 등장하는 괴력을 가진 용맹스런 무사 등을 말하는데, 구마도리의 화장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와고토시는 교토에서 탄생한 미남 역으로 유약한 성품을 지녔고, 시로루리(白塗)라는 흰색 화장에 기나가시(着流し)라는 평상복 차림을 한다.
가타키야쿠는 선인을 괴롭히는 악인의 역할이다. 얼굴을 붉게 칠한 사람은 대부분 악인을 나타낸다. 하지만 아라고토에서 등장하는 가타키야쿠는 흰 바탕에 청색계통의 선을 그은 아이구마(藍隈)라는 화장을 한다. 악인이면서도 주인공만큼이나 비중이 큰 역할도 있고 선인으로 가장한 미남의 악인도 있다.
와카슈가타는 잘생긴 젊은 남성의 역할이다. 하지만 단지 젊은 미남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남색(男色)의 분위기를 띠고 있는 역할에만 그 명칭을 사용한다. 도케가타는 관객을 웃기는 역할이다. 도케가타가 주인공이 되는 경우는 없지만 여러 장면에 등장하는 감초 같은 역이다.
다치야쿠 | 가타키야쿠 | 도케가타 |
온나가타는 남자가 여자 역을 연기하는 것이다. 가장 특징적인 배역으로 가부키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온나가타 배우들은 여성의 심리, 행동, 목소리 등을 연구하여 몸에 익힌다. 온나가타는 크게 무스메가타(娘方), 뇨뵤야쿠(女房役), 게이세이(傾城), 아쿠바(惡婆), 온나부도(女武道) 등으로 나뉜다.
무스메가타는 젊은 여성의 역할로, 여기에는 아카히메, 초무스메, 이나카무스메가 있다. 히메는 귀인의 딸을 말하는데, 가부키의 히메는 붉은색의 옷을 입기 때문에 아카히메라고 불린다. 초무스메는 대부분 상인의 딸로 세상물정 모르고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많고, 이나카무스메는 시골처녀로 소박하고 남을 배려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뇨뵤야쿠는 정숙한 기혼 여성의 역할로 부케뇨보와 세와뇨보가 있다. 부케뇨보는 어느정도 지위가 있는 무사의 부인이나 궁녀등의 역할이 많고, 세와뇨보는 가난과 역경을 참고 남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서민 여성의 역이다.
게이세이는 다유라고 하는 지위가 높은 유조로, 아름다움뿐 아니라 관록과 품위를 갖춘 여성이다. 아쿠바는 공갈이나 협박, 심지어는 살인까지 하지만 이러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하는 이유는 예전에 섬겼던 주인이나 남편, 정인을 위해서이다.
아카히메 | 게이세이 | 아쿠바 |
온나부도 남자들에게도지지 않는 여장부의 역할이다.
기타배역으로는 어린아이 역의 고야쿠(子役)라고 불린다. 고켄(役見)도 가부키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배우에게 소도구를 전달하는 일, 무대에서 배우의 의상을 바꾸어 주는 일 등 여러 가지 잡일을 도맡아 하는 담당이다. 고켄은 보통 검정 두건을 쓰고 검정 옷을 입는데 이것은 쿠로고(黑衣)라고 한다. 가부키에서 검정은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무언의 약속이 있으므로 이들은 관객의 눈에는 안보이는 사람으로 간주된다.
고야쿠 | 쿠로고(고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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