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야기]일본인의 미의식 - 茶道를 중심으로 2부






다도의 절차

다도는 깊은 정신세계와 함께 까다로운 격식을 갖추고 있어 차를 마시는 방법과 그 절차 또한 간단하지는 않다그렇기 때문에 그 절차를 일련의 순서로 살펴봄으로써 다도 속에서 추구되어지는 도와 미의식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다도의 분위기는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다회를 주최하고자 하는 사람곧 다회의 주인은 손님들에게 초대 편지를 낸다다회에 참석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답장을 받으면 다회를 열 준비를 한다다회가 열리는 날손님들은 약속한 시간에 다실 정원 입구의 대기실에 모인다여기서 손님들은 한 사람씩 '정객', '차객'. '삼객', '사객', '말객들 해서 역할을 나누어 맡는다그에 따라서 다실 안에서 앉는 자리와 차를 대접받는 순서가 정해진다손님들은 시간에 맞추어 바깥 정원의 굽은 길을 걸어 들어가서 정원 한쪽에 준비된 걸상에 앉아 기다린다


주인이 맑은 물을 담은 통을 들고 나와 손 씻는 물그릇에 물을 채워 놓고 들어간다손님들은 일어나서 차례로 손을 씻는다손을 씻는 것은 속세의 먼지를 깨끗이 씻어서 몸도 마음도 깨끗하게 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그 다음으로 주인은 안쪽 정원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고 손님들을 맞이하며 인사를 나눈다다회가 열리는 다실의 안쪽 정원은 나무를 심고길을 구부러지도록 만들어 그윽한 느낌이 들도록 꾸민 것이다주인은 안쪽에 따로 마련되어 있는 문으로 먼저 다실에 들어가서 손님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린다손님들은 니지리구치를 통해 몸을 움츠리고 고개를 낮추어 기어 들어가듯이 다실로 들어간다.


다실 안으로 들어와 앉은 손님과 주인이 인사를 나눈 뒤손님들은 차례대로 정해진 자리에 앉는다주인은 먼저 '이로리'라고 부르는 실내용 붙박이 화덕에 숯불을 피우고 손님들은 숯불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감상한다이때 주인은 향을 피워 정취를 돋운다이어서 준비해 두었던 '가이세키 요리(懷石料理)'를 내어 손님들을 대접한다.


손님들이 나가서 쉬는 사이에 주인은 다실에 걸어 두었던 족자를 떼어 내고 그 자리에 꽃을 장식하고 차를 준비한다준비가 끝나면 걸어 두었던 징을 쳐서 손님들에게 들어올 시간이 되었음을 알린다손님들은 다시 손을 씻고 차례대로 다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주인은 먼저 맛이 진한 농차를 낸다이로리에 새로 숯을 얹어 불길을 다시 돋우고 다과를 낸 뒤이번에는 맛이 엷은 박차를 낸다그 동안에 손님과 주인은 여러 가지 이야기도 나누고시도 짓고 다회의 감상도 이야기하며 즐긴다손님은 다실의 꾸밈새나 다도구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해야 하는데다도구의 아름다움이나 다실의 그윽한 분위기 또는 장식한 꽃꽂이나 족자의 격조들을 칭찬하여 주인에게 답례한다.


보통 다회를 한 차례 진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네 시간 안으로 하며 그보다 길어지지 않도록 한다손님의 수는 다섯 명을 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한다다섯 명이 넘게 되면 이야깃거리가 분산되거나 손님들이 편을 갈라 이야기를 나누게 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또한 다회에서 무엇을 이야깃거리로 삼는가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다케노 조오가 말하기를 "다실에 들어오면 세속적인 잡담은 금한다고 했다다실에서는 돈에 관한 이야기남녀 관계 이야기정치에 관한 이야기들은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물론 이 세 가지를 빼고 나면 할 이야기가 무엇이 있겠는가마는예술에 관한 이야기나 차에 대한 이야기를 이상적인 이야깃거리로 삼았으니 다실을 통해서 풍류를 즐겨야 한다고 했다.

 

 

다실의 의미

다실에는 반드시 족자를 걸거나 꽃꽂이 장식을 해 둔다다실은 차를 마시는 공간이자 예술 감상을 위한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도회지 한가운데 있는 다실의 경우다실을 나서면 곧 번잡한 도회지 한가운데라고 해도다실 안에서는 깊은 산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곧 다실의 공간은 '저자 거리 가운데에 있는 산속 집같은 분위기로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다실은 일상생활과 예술 세계를 연결 짓는 완충 지대 구실을 한다다실에 들어감으로써 번잡한 일상생활로부터 벗어나서정신적으로 해방된 예술 세계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다실에서는 찻물을 끓이기 위해 불을 피우는데계절에 따라 붙박이식 화덕과 이동식 풍로를 구별하여 쓴다화덕은 찻물을 끓일 뿐 아니라 난방의 구실을 겸하기 때문에 겨울 동안에만 쓰고풍로는 화덕과는 달리 가마솥에만 열을 집중시킬 수 있어서 방안 전체의 온도를 높이지는 않기 때문에 여름에만 써야 한다는 것이다찻잔이나 꽃꽂이나 벽에 거는 족자를 선택할 때도 계절에 맞추어야 한다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의 실용성과 아름다움이 자연스럽게 연장되어 조화를 이루는 곳에 다도의 이상 세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다도의 순서와 그 절차 속에서 단순히 일본인들은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정신세계를 구현하고 다실과 다도구에 그들의 물질세계의 관념을 담아내며다회의 과정 속에 일본인들이 생활양식과 가치관 등을 담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다도 속의 미의식, 와비

와비란 한적한 가운데 느끼는 정취소박하고 차분한 멋혹은 한가히 지내는 상태를 아름답다고 여기는 미적 감각을 이른다중세 무로마치 시대에는 전통적인 미의식을 부정하며 새로운 미의식을 추구하는 시대였다한적하고 차분한 것 호화스러운 것 보다는 흠이 있어서 세인들의 관심에 밀려난 것버려진 것쇠퇴한 것불완전한 것 가운데서 느낄 수 있는 미를 적극적으로 존중하기에 이르렀다이러한 가난함이나 부족함 가운데서 마음의 충족을 끌어내는 일본인의 미의식을 와비라고 한다실의에 빠진 생활 속에서도 세속을 벗어난 서글프고 한적한 삶에서 아취(雅趣)를 느끼고 탈속에 까지 승화된다는 그것이 바로 모자람(不足)의 미의식이 된다모든 것을 버린 가운데에서 인간의 본질을 붙잡으려는 정신인 것이다부유한 귀족들이 많은 돈을 들여 호사를 자랑하며 물질적인 향락을 추구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와비 정신이 문인이나 다인들 사이에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이 다도의 미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다케다 조오는 옛 사람들도 갖가지 노래로 읊었는데 가까이는 진솔하고 오만하지 않는 모습을 와비라 한다.”고 말 했다일본 다도의 화두라고 할 만 한 와비는 선어(禪語)가 아니며전통적인 일본 시가(和歌)에서 오는 가도의 상징적인 하나의 표현이다그 표현을 처음으로 차에 받아들인 다인이 바로 조오였다.

 

 

다도의 철학

1. 사규(四規) - 화경청적

사규란 네 가지의 규율곧 지켜야 할 네 가지의 기본 규율을 말한다불교의 선종에서는 승려들의 생활양식이 '', '', '', ''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센노리큐는 바람직한 다실의 분위기곧 다도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지녀야 할 마음가짐에도 이 네 가지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란 서로 사이좋게 지내며나아가 불심에 의하여 서로가 하나로 잘 어우러지는 상태를 말한다다실에 모인 주인과 손님이 각기 개성을 발휘하는 독립독보적인 존재이면서도모두 함께 부처의 성정으로 돌아감으로써 서로 하나가 되는 상태가 바로 화이다곧 각자가 저마다 개성을 지닌 사람임과 동시에 모두가 공통적으로 불심을 지니고 있음으로써 하나가 되는 상태의 정신을 말한다.


<>이란 종이 주인을 섬기듯이 일방적으로 윗사람을 섬기라는 말이 아니다주인이나 손님 모두가 존엄한 인격체임을 서로 인정할 때 저절로 우러나오는 상호 존중의 마음가짐을 말한다늘 서로 합장하는 자세로 서로 공경하는 마음을 갖고 다도에 임하라는 것이다.


<>은 감각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깨끗한 상태로 임하라는 것을 말한다늘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욕심을 떨쳐 버림으로써 참된 자유로움을 얻어청정무구한 가운데서 살아갈 수 있는 경지를 말한다이 은 정신세계의 청정을 말할 뿐만 아니라 다실과 다도구를 청결하게 다루는 일과도 통하는 정신이다.


<>은 조용한 상태곧 다실에서는 정적을 유지하라는 뜻이지만다도에서는 공간적인 정적을 뛰어넘어 주위 환경에 동요되지 않는 정신적 정적 상태의 심경을 말한다이는 나아가불교적인 의미의 '원적', 곧 '열반또는 '대조화'의 경지와도 통한다.

  

2. 일기일회(一期一會)

일기일회는 일생에 한 번만 만나는 인연이라는 뜻이다이것은 차모임의 주인과 손님의 마음가짐으로주인은 손님에 대해 손님은 주인에 대해 일생에 한 번밖에 만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성의를 다하여 후회가 없도록 잘 대해 주어야한다는 교훈적인 내용이다이치고이치에를 위해 차 모임에 손님을 초대한 주인은 벽걸이나 꽃차를 마시는 '차완(ちゃわん茶碗공기)' 등의 도구를 정성을 다해 준비한다그리고 손님은 주인의 환대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감사의 기분을 가져야 한다.

 


참고 문헌

1. 게다도 짝이 있다한국일어일문학회


2. 맨눈으로 본 일본황영식


3. 동과 서의 차 이야기이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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